
은행권에서 고금리 예금상품이 연이어 출시되고 있다는 소식에 귀가 솔깃한 안전해 씨. 새해 벽두부터 주식시장이 불안한 흐름을 보이자 때마침 나온 7%짜리 예금상품에 가입하려고 나섰다. 투자 기간이 1년 이하인 단기 자금이라면 시장 리스크에 노출시키는 것보다 원금이 보장되는 상품이 낫겠다고 판단한 것. 또 연 7%짜리 금리라면 적어도 실질금리가 마이너스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.
하지만 안전해 씨가 시중은행에서 연 7%의 금리를 받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. 고금리에 대한 기대로 은행 문을 들어섰던 그는 잔뜩 실망한 채 발걸음을 돌리고 말았다. 시중은행에서 연7% 금리의 문턱을 넘기란 쉽지 않다. 기업은행이 최고 연7%대 금리를 제시하며 내놓은 'IBK 차인표 사랑나눔예금'에 가입해 실제로 7%대 금리를 받으려면 5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.
우선 최초로 실명 등록을 하는 고객에게 0.1%의 가산 금리가 주어진다. 따라서 기존에 거래를 하고 있거나 거래 경험이 있는 고객은 제외된다. 또 이 예금에 가입하는 당일 신규로 30만원짜리 적금에 가입하고 최근 3개월간 월평균 신용카드 이용액이 50만원 이상이며 예금 가입 전후로 6개월 이상 급여 이체를 해야 총 0.3%포인트의 가산 금리를 받을 수 있다. 또 자녀가 세명 이상일 때 2%의 금리를 추가로 받는다.
5가지 조건이 충족될 때 추가로 받는 금리는 총 0.6%다. 그런데 예금 금액이 1000만원 이상일 때 받을 수 있는 영업점장 전결 최고금리는 6.28%이고 3000만원 이상일 때 6.48%를 받는다. 따라서 조건을 모두 갖추더라도 예금 금액이 3000만원 이상 되지 않으면 연7%대 금리를 받을 수 없다.
사정은 수협은행도 마찬가지다. 기본 금리는 연 6.3%이며 2000만원 이상 가입하는 한편 적금을 동시에 가입하고 신용카드를 신규 발행하고 자원봉사 참여 실적이 있어야 0.1~0.3의 금리를 추가로 받아 연 7%대 금리를 모두 챙길 수 있다.
이처럼 소문만 요란한 은행권의 '고금리' 예금 출시를 두고 투자자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. CD 금리 상승을 대출금리에 여과없이 반영하는 것과 달리 예금금리를 높이는 데는 인색하기 짝이 없다는 것. 또 가산금리를 신용카드 발행과 적금 유치 등 영업용 미끼로 활용하는 행위도 고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.
CD 금리 상승의 원인이 종합자산관리계좌(CMA)와 펀드 등 자산시장의 변화에 안이하게 대처한 은행에 있다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. 실질적인 예금금리 상승은 미미한 채 대출금리 인상으로 투자자들의 시름만 깊어지고 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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